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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人] 이의헌 팀장 “하루 15분, 그림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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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의헌 티켓몬스터 팀장이 직장생활 9년차였을 때다. 회사와 집만 반복하는 쳇바퀴 일상은 너무 단조로웠다. 아이디어는 회의에서 쉽게 통과되지 않았고, 열심히 고민해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회사 생활이 지루해졌고, 재미없어졌다. 시키는 일만 마지못해 하다가 퇴근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오는 나날이 반복됐다.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계속 즐겁지 않게 일할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이의헌 팀장이 찾은 탈출구는 ‘그림 그리기’였다. 중학교 시절부터 만화책을 보고 따라 그리곤 했더랬다. 그림 그리기는 시간만 내면 언제든지 혼자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구도 연필과 스케치북이면 끝이지 않은가.

“운동을 하려면 사람을 모아야 하고, 요리를 하려면 재료를 사야 하지요. 그림은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되니, 바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의헌 팀장은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구입했다. 그림 그리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 아니라 사물을 보고 그림으로 그린 책을 샀다. 매일 아침 30분 정도 일찍 출근해 업무 준비를 하고, 15분씩 그림책을 보며 따라 그렸다. 처음에는 연필이나 지우개, 카메라 같은 정물화부터 시작해서 점차 다리 밑, 건물 같은 풍경으로 난이도를 높였다.

“매일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에 그림을 다 완성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조금씩 일정 시간 투자해서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한 번에 그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스스로 약속을 했습니다. 매일 15분씩 하기로요.”

timon drawing

이의헌 팀장은 그림 그리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그림에 집중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연필을 들어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자연스레 마음이 차분해졌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사라지자 업무 효율성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책 한 권을 다 따라 그리기까지 3달, 처음에는 어색했던 구도도 나중에 점점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보이는 사물을 손을 이용해 종이로 표현하기까지 힘이 들었지만, 1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이는대로 그리게 됐다.

“’습관을 만들려면 1만시간을 투자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걸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싶은 사물은 카메라로 사진 찍어 보관하고 나중에 따라 그리기도 했지요.”

혼자 시작한 그림은 나중에 재능나눔 자리가 되기도 했다. 이의헌 팀장은 지난 4월 회사 동료들에게 ‘그림을 즐겁게 그리는 법’을 가르치는 일일 선생님이 됐다. 이날 그는 왼손으로 그리기, 한 손으로 그리기, 그림에 시선 주지 않고 그림 그리기 등 자신이 즐겁게 취미 활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회사 동료들과 공유했다.

“많은 사람이 ‘그림 그리세요?’라고 물으면 ‘못 그려요’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보는 걸 손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데서 오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림 그리는 행동 그 자체에 재미를 느끼면, 그림 그리는 두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이의헌 팀장은 ‘서울스케쳐’라는 페이스북 모임에도 참가했다. 일상 생활을 화첩에 담는 게 맘에 들어서다. 어느 날은 아이와 함께 광화문 세종대왕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그림을 그렸다.

“지나가는 외국인이 그림 그리고 앉아 있는 우리 부자를 ‘너무 보기 좋다’라고 말하면서 지니가더라고요. 기분이 좋더군요. 축구와 같은 운동을 아이와 함께 하면 아무래도 실력차가 나기 마련인데, 그림은 아이 나름의 작품세계가 있는 거잖아요. 계속 이렇게 부자가 나와서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timon drawing2

그림 그리는 순간이 매번 행복했던 건 아니었다. 영국 국회의사당을 그릴 때는 ‘내가 이걸 왜 그린다고 시작했을까’라며 후회하기도 했다. 너무 많은 창문과 어려운 구도, 어디까지 세밀하게 묘사해야 하는지 쉽게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완성하기 전까지 정말 죽을 맛이었어요. 그렇게 애를 태우다가 다 그리고 나니 기분이 좋더군요. 더 애착이 간다고 할까요. 왜 그림 한 첩이 100만원을 넘는지 그 기분이 이해됐어요.”

돌아오는 2014년에 이의헌 팀장은 사람 그리기에 도전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사람을 그렸을 때 제대로 만족하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았다.

“사람은 뼈에 살이 붙어 있는 피조물이잖아요. 구조를 모르면 그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을 그리면 그 대상을 만족시키기도 쉽지 않았어요. 저도 만족할 수 있고 상대방도 흡족해하는 인물화를 그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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